전시: 윈도우展_33 박민규 - 'Nothing is Real' : Window Exhibition_33 PARK Min Kyu
기간: 2007.12.08 (토) ~ 2007.12.30 (일)
장소: 갤러리진선
Nothing is Real
한때 나는 예술이라는 것은 바닷가에서 모래로 성을 짓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결국 파도의 흐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라지고 마는 공허한 것처럼 말이다. 곧 부서질 줄 알면서 만든다는 것, 그리고 만들면서 즐거움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들어진 무엇 보다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것에 의미가 부여되고 그것의 가치가 정확히 평가되는 지금(예술작품을 포함해서) 오히려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순수한 열정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예술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예술의 성이라는 거대한 성을 짓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다가 갈수록 이해하려 노력 할수록 그것은 나에게 아득히 멀게 느껴지거나 형체를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박물관, 전시장 등에 가 보아도 예술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분명히 존재하나 파악되지 않는 거대한 성. 나는 나만의 성을 짓기 시작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을 왜 이해하고 파악할 수 없는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대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잘못된 습관에서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종이 위에 그림을 볼 때 나는 단지 검은색 선으로 이루어진 무엇의 단서만을 가지고 그것의 질감, 무게, 부피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믿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믿고 싶은 의지가 개입된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사소한 이해의 실수는 진실을 숨긴 채 더 큰 미궁 속으로 날 빠뜨린다. 한낱 종이에 불과한 것을 강철이나, 나무 등으로 이해해 버리듯 말이다. 그래서 난 이미지의 증거물을 가지고 다시 조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거나 혹은 많이 다른 조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왜 오해를 하게 되었는지 진실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조금은 풀어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난 그런 이미지의 파편들을 모으고 그것이 잘못 이해되는 과정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여러 단서들을 모아 가기 시작하니 언젠가는 내가 만들던 성이 완성될 거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 박 민 규